밥 한 덩이 / 묵연 스님
가끔 혹은 자주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어지러워진다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자신은 무조건 옳고
남들은 다 틀렸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 한다
병이 깊다
인간은 자신을 성찰할 만한 의식이 없다
자신에게 칼을 들이댈 용기가 없고
자신을 해부하고 들여다 볼 용기가 없다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데 말이다
병이 깊다
남의 단점은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자신의 허물은 돋보기도 안 갖다댄다
눈은 밖을 보며 마음은 안을 본다
밖의 단점은 보면서 안의 허물은 못 보니
병이 깊다
사랑하는 사람도 순간 원수를 만들고
미움과 원망의 독을 품는다
사소한 이익에 눈멀어
배신 때리기를 서슴없이 한다
군자와 현자들이 세상을 등지고
왜 숨어 살았는지 알만하다
세상은 먹고 먹히는 금수의 세계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세상을 등지는 것은 백 번 옳지 않은가?
안을 살피지 않으면
그는 장님과 다르지 않다
평생을 혼란과 고난과 슬픔을 겪을 것이다
그것은 그를 성숙하게 하지도 않느니
오직 고해에 부침하는 것 뿐이다
고요히 앉아서
오직 자신의 어지러운 마음을 살피라
일생 모은 재산도 거지가 얻은 밥 한덩이..
그 밥 한덩이를 위해 개처럼 굴지 말라
안을 살피는 수행만이 인생의 보물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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