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전집
19장 -[허물은 자신(自身)에게 돌려라]
完名美節 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완명미절 불의독임 분사여인 가이원해전신
辱行汚名 不宜全推 引些歸己 可痍光養德
욕행오명 불의전추 인사귀기 가이도광양덕
완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만이 차지할 것이 아니다.
조금은 남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짐짓 해(害)를 멀리 하고
몸을 온전히 할 일이다.
욕된 행실이나 더러운 이름은
절대로 남에게 미루지 말라.
잘못을 조금은 자기에게 돌림으로써
빛을 감추고 덕(德)을 기를 일이다.
[해설]
공적(功積)과 명예(名譽)는 결코 혼자 독점해서는 안된다.
남에게도 어느 정도 할양함으로써
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또 실패와 오명(汚名)을 모두 남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
자신도 어느 정도는 그 책임을 짐으로써
겸손(謙遜)을 기르고 인격을 연마시켜 나가야 한다.
일이 잘 풀려 나갈 때,
모두 여러분의 덕(德)이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
또 남이 실패하여 곤경에 처했을 때 '운이 나빴던 거야.
나도 힘껏 도와 주어야겠다'며 진심으로 동정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주변에는 자연히 힘을 빌려 주고
지혜를 모아주는 협력자들이 찾아 들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혼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큰 일도
능히 해 낼 수 있다.
이순신(李舜臣)은 우리가 다 아는 덕장(德將)이다.
그가 여러 차례의 해전(海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혼자의 용맹이 아니라
목숨을 바쳐 싸워준 부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응원군으로 나온 진린(陳璘)은
퍽 시기심이 많고 난폭한 장수였다.
그는 자신의 군사는 전공을 세우지 못하고
이순신의 조선군만이 공을 세우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사사건건이 이순신의 잘못을 트집잡으려 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거기에 말려들지 않았다.
전과(戰果)를 보고할 때면 진린의 중국 군사의 공으로 돌렸으며
진린에게도 깍듯이 대접했다.
그런 결과 이제까지 질시하던 진린은
이순신의 도량(度量)에 크게 감동하여
중국 조정에 이순신의 용맹을 알리는가 하면,
이순신이 전사하자 제일 먼저 제문(祭文)을 지어
애도의 뜻을 표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