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故事成語)

소아변일(小兒辯日) : 서로 주장을 내세워도 해결책이 없는 일

담하(淡霞) 2022. 12. 23. 06:27
소아변일(小兒辯日)- 서로 주장을 내세워도 해결책이 없는 일 (어린아이들의 해에 관한 말다툼) [작을 소(小/0) 아이 아(儿/6) 말씀 변(辛/14) 날 일(日/0)]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은 영국 대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이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에서 ]어린이는 자연과 순수, 아름다움과 착함의 상징이니 어른이 배워야 한다고 본다. 또 시의 제목대로 ‘무지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른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더 순수하다. 하늘의 해를 볼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에 관한 이야기는 중국 道家(도가)의 경전에 재미있게 소개된다.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이 서로 해가 언제 우리와 가까울까 하며 자기가 옳다고 우긴다. 어린아이들이(小兒) 해에 관해 서로 주장한다면(辯日) 보이는 대로만 이야기하니 끝이 없다. 戰國時代(전국시대)의 전설적인 사상가 列禦寇(열어구)와 그 제자들이 썼다는 ‘列子(열자)’에 孔子(공자)까지 등장시켜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을 비유한다. 愚公移山(우공이산)의 교훈이 들어 있는 湯問篇(탕문편)을 보자. 공자가 동쪽으로 길을 가고 있는데 두 아이가 다투고 있어 그 연유를 물었다. 해가 어느 때 우리와 가깝고 언제 멀리 있는지 서로 옳다고 주장한다. 한 아이는 해가 아침에 뜰 때 가깝고 낮엔 멀다고 주장하며 설명한다. ‘아침 해가 뜰 때는 수레바퀴만 하고 낮엔 쟁반만 하니 (日初出大如車蓋 及日中 則如盤盂/ 일초출대여차개 급일중 즉여반우)’ 가까이 있을 때 당연히 크다고 했다. 다른 아이는 아침에 멀고 낮에 가깝다고 하면서 지지 않고 응수한다. ‘멀리 있으면 시원하고 가까이 있으면 더워지는 것이니 (日初出滄滄涼涼 及其日中 如探湯/ 일초출창창량량 급기일중 여탐탕)’ 당연히 아침에 멀고 낮에 가깝다는 것이다. 공자는 누가 옳고 그른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두 아이는 웃으며 누가 선생님께 지혜가 많다고 하겠는가 하며 공자를 비웃었다. 꾸밈없는 아이들이 본 대로 느낀 대로 경험한 대로 이야기하고 또 그것이 이치에 맞으니 모든 것을 꿰뚫는 지혜의 공자가 나서서도 가려주지 못하고 체면을 구긴 격이 됐다. ‘세 살 먹은 아이 말도 귀담아들으랬다’란 속담은 어린이 말이라도 일리가 있을 수 있으니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귀담아 들어도 명쾌하게 결론을 낼 수 없는 일이 세상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예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는 이전부터 온갖 과학적 근거를 대며 옥신각신한다. 경제에서 성장이 좋다, 분배가 낫다 하는 주장도 한편이 압도할 수는 없다. 정치에서 자기가 믿는 이념은 항상 옳고 상대편은 어림도 없다. 자기주장만 내세워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일이 많으니 타협이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