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기옥골(氷肌玉骨);살결이 곱고 깨끗 미인(곱고 깨끗한 매화)
[얼음 빙(水/1) 살 기(肉/2) 구슬 옥(玉/0) 뼈 골(骨/0)]
얼음같이 흰 살결(氷肌)과
옥 같은 골격의 풍채를 지녔다(玉骨)는 이 말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피부가 더없이 고운 미인을 가리키거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노래한 꽃,
梅花(매화)를 묘사한 데서 나왔다.
매화는 梅蘭菊竹(매난국죽)의 四君子(사군자)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고,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三淸(삼청)이나
歲寒三友(세한삼우)로 불릴 정도로 선비들의 숭상을 받았다.
養花小錄(양화소록)과 함께 조선의 2대 원예서로 꼽히는
花菴隨錄(화암수록)에도 물론 1등급에 올라 있다.
꽃과 여인,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노래한 것이 많은 것도
매화의 청초한 자태와 은은한 향기가
미인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먼저 미인을 나타낸 시를 두 편만 보자.
시와 술, 거문고를 즐겨
三酷好(삼혹호) 선생이라 자칭했던 고려시대의
명문장가 李奎報(이규보)의 ‘梅花(매화)’ 후반부다.
‘옥 같은 살결엔 아직 맑은 향기 있어
(玉肌尙有淸香在/ 옥기상유청향재),
약을 훔쳤던 달 속의 미녀 항아의 전신인가
(竊藥姮娥月裏身/절약항아월리신).’
조선 중기 대학자 退溪(퇴계) 李滉(이황)의
매화사랑은 유명하여 62제목에 91수의 매화시를 남겼다.
‘군옥산 머리에 제일 아름다운 선녀인가
(群玉山頭第一仙/ 군옥산두제일선),
눈같이 흰 살결 꿈에 본 듯 아리땁네
(氷肌雪色夢娟娟/ 빙기설색몽연연).’
‘對月詠梅(대월영매)’의 부분이다.
군옥산은 西王母(서왕모)가 산다는 산이다.
두편 모두 玉肌(옥기), 氷肌(빙기)로묘사했다
매화는 다른 꽃보다 먼저 눈 속에서도 핀다고
선비의 절개를 상징했다.
조선 중기 문인 申欽(신흠)은
유명한 ‘野言(야언)’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항상 그 가락을 지니고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栗谷(율곡) 李珥(이이)의 ‘
매화가지 끝의 밝은 달 (梅梢明月/ 매초명월)’은 이렇다.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霜雪助素艶 淸寒徹人髓/ 상설조소염 청한철인수),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오늘 밤엔 한 점 찌꺼기 없네
(對此洗靈臺 今宵無點滓/ 대차세령대 금소무점재).
梢는 나무끝 초
중국의 시인묵객들도 매화에 관해 많은 글을 남겼지만
우리나라 명시도 많다.
조선 후기의 가객 安玟英(안민영)이 남긴
‘梅花詞(매화사)’ 시조 8수 중의 3수에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氷姿玉質(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 놓아 黃昏月(황혼월)을 기약하니/
아마도 雅致高節(아치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빙자옥질, 아치고절 모두 매화의 절개를 표현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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