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탄생 / 대니얼 네들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성격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거나 결정적 기회를 잡지 못하는 등
손해를 본다고 여기며, 외향적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성격심리 책들을 들춰보며 조직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격을 바꿔야겠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진화학자이자 ‘행복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대니얼 네틀에 따르면 근본적인 성격은 바꿀 수 없다.
성격은 유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윈의 갈라파고스의 핀터 새 부리를 예로 들면서
성격이 자연선택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즉, 부리가 두꺼운 유전자 변형체를 갖고 태어난 핀치가
그 섬에 더 적합할 경우 자연선택이 그 유전자 변이를 키질해
그 개체 수는 계속 증가하지만 다른 개체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자연선택의 이런 키질효과는
유전적 차이의 다양성을 감소시켜야 마땅하지만
갈라파고스의 핀치 부리는 여전히 다양하다.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떤 해에는 최적의 크기였던 부리가
다른 해에는 최적의 부리가 되지 못해 비일관성을 보이기 때문에
한 가지 타입으로 수렴되지 않고 유전적 차이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성격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니얼은 한 개인이 보이는 일련의 행동들을 모아
맥락을 지어보면
성격은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즉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 등 5가지로
이들 각각의 유형은 하위 개별행동들에 대해
공통된 뇌회로를 형성한다.
가령 섹스나 여행, 사교활동, 경쟁심 같은 일련의 심리활동은
서로 느슨하게 어우러지면서 외향적 성격을 이루는데
이들은 모두 동일한 뇌의 보상회로와 연결돼 있다.
즉, 뇌의 동일한 보상회로가 아름다운 얼굴, 돈, 음식에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모험, 섹스, 유혹, 사교 등에 대한 우리의 복잡한 심리는
종족보존에 유리한 것을 택하도록 한
훨씬 원초적인 메커니즘, 자연 선택의 결과인 셈이다.
성실한 성격도 마찬가지다.
성실성은 직업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데
이는 확률상의 얘기가 아니라 유전적 결과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성격의 유형별 특징과 다른 성격과의 관련성 등을
흥미롭게 제시한다.
사이코패스와 훌륭한 공감자를 가르는
친화성과 공감능력,성실맨과 알코올 중독자를 가르는
절제와 충동적 성향,
개방적 기질에 따른 천재와 미치광이 사이에 대한
탐색과정을 보면 결국 성격차이는
뇌 기능의 차이로 나타난다.
성격이 유전된다면 환경의 영향은 어떤가.
저자는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육과 가족,
어머니와의 애착관계, 형제 서열, 태아환경,
키, 몸매, 매력, 지능 등의 육체적 특징이 성격형성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폭넓게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근본적인 성격은 바꿀 수 없다.
성격은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으며 인간의 복잡한 심리는
종족보존을 위한 자연 선택의 결과물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가족환경이나 가족관계가
성격형성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가령 우울증과 이혼을 겪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똑같이 우울증과 이혼을 겪기 쉬운데
그것은 자녀들이 부모를 보고 배운 것이 아니라
애당초 그런 유전자를 물려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형제 서열 등 다른 요소들도 성격과 상관성이
미미하거나 없다.
그렇다면 성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한 얘기인가.
근본적인 성격은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의 성격을 표현하는 행동과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는 바꿀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즉, 행동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성격이 가진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다.
예컨대 외향적인 사람의 경우,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을 택함으로써
장점을 극대화하고
자신의 성격에 역행하는 행동이나 취미를 통해
단점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성격 결정론은 다소 비관적 전망에 빠트리기도 하지만
성격을 알면 인생의 방향을 조절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자신을 아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성격에는 혜택(장점)과 비용(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좋은 성격이란 없으며
결국 인생이란 자신의 성격에 맞는
틈새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말도 이런 맥락이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