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나비와 벌(Thank You / Ernesto Cortazar)

담하(淡霞) 2021. 7. 12. 17:52
( 나비와 벌은 꿀을 같이 먹지만 싸우지 않고 오래 공생공존해왔다.) 나비와 벌 나비는 폴폴 날아다니는 봄바람 난 처녀 바람따라 다니다 꽃밭이 나오면 다소곳이 사랑을 나누고 살림도 차린다 그런데 벌은 두 눈 부릅뜨고 붕붕거리며 여기 저기서 꿀 모으는 일꾼 아무리 멀리 나가도 기어이 제 집 찾아 와 여왕 모시고 애벌레 키워 그래서 나비와 벌은 자연의 섭리대로 우아하고 우직하게 숙명대로 산다 영원히.. (파란 들) 2021년 7월 12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로 후덥지근한 월요일 아침' Thank You / Ernesto Cortazar 파란 들의 글중에서.. 1. 봄이 되면 나비 벌이 꽃밭을 찾습니다. 나비와 벌이 벌꿀을 먹는 같은 곤충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과 생태적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꽃밭에서 보면 한 쌍의 잘 어울리는 남녀 같습니다. 나비가 어여쁜 아가씨라면 벌은 무뚝뚝한 총각이지요. 둘은 모양부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무슨 꽃이든 꽃만 피면 향기에 쏜살같이 달려옵니다. 나비는 하늘에서 날아 오고 벌은 땅에서 뛰어 옵니다. 벌은 집이 있지만 나비는 집이 없습니다. 나비는 어디나 앉는 곳이 집이고 휴식처라 집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디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 다닙니다. 그러나 벌은 자유가 없습니다. 엄격한 조직 속에서 일벌 병정벌 숫벌 여왕벌로 나눠진 계급사회지요. 일벌은 해만 뜨면 일하러 나가고 부지런히 벌꿀을 집으로 날라야 합니다. 언젠가 나비가 벌을 보고, '그렇게 바보처럼 일만 하느냐'고 놀렸습니다. 며칠 후 큰 태풍이 몰아쳤습니다. 나비는 집이 없어 숲속으로 허둥지둥 날아 갔고 벌은 바위 속 아늑한 집으로 달려 갔습니다. 며칠 후 밝은 해가 하늘 높이 떠올랐습니다. 벌이 다시 꽃밭을 갔는데 불쌍한 나비는 나무 밑에 죽어 있었습니다. 2. 세상은 참 공평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벌이 더 잘 살았냐고 물으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만 하다 죽는 벌과 제멋대로 세상을 유람하며 즐겁게 살다 간 나비가 어느 쪽이 더 잘 살았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분이 많습니다. 평생 일만 해 재산을 남부럽지 않게 모았습니다. 그러나 돈 쓸 줄을 모릅니다. 그저 재산 모이고 돈이 커는 낙으로만 살았으니 죽을 때까지 돈을 품에 안고 죽습니다. 한 번도 남에게 베풀지 못하고 돈 돈 하다 돈때문에 돌아버린 분들이 세상에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분이 죽으면 사후에 부모 재산 갖고 자식들이 법정까지 가며 싸우느라 형제간의 우애는 도자기처럼 깨집니다. 아무튼 벌같이 일만 하고 살 바에는 나비처럼 세상을 유람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면 세상이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지요.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마라'는 금언도 있듯이 말입니다. 만일 내가 억만금을 가진 재산가라면 기쁜 마음으로 사회에 다 환원할지 망설이고 고민할 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쉽지 않아서 그들의 선행은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글 : 파란 들)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