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겠다, 마량에 가면
몰래 숨겨놓은 여인 데불고
소문조차 아득한 먼 포구에 가서
한 석 달 소꿉장난 같은 살림이나 살다 왔으면..
한나절만 돌아도 동네 안팎
구구절절 훤한 누이의 손거울 같은 마을
마량에 와서 빈둥빈둥 세월의 봉놋방에 누워
발가락장단에 철지난 유행가나 부르며
사투리 쓰는 갯벌 같은 여자와
옆구리에 간지럼이나 실컷 태우다 왔으면..
사람들의 눈총이야 내 알 바 아니고
조석으로 부두에 나가
낚시대는 시늉으로나 던져두고
옥빛 바닷물에 텃밭 떠난 배추 같은 생
절이고 절이다가 그짓도 그만 부질없어 신물이 나면
통통배 하나 얻어 타고 먼 바다 휭 하니 돌다 왔으면..
그렇게 감쪽같이 비밀 주머니 하나를 꿰차고 와서
시치미 뚝 떼고 앉아
남은 뜻도 모르는 웃음 실실 흘리며
알량한 여생 거덜냈으면..
- 詩 : 이재무 -
이재무 :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 국문과,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3년 무크지 [삶의 문학]에
詩 <귀를 후빈다>를 발표하며 등단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섣달 그믐>,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등
새벽녘 - 주혜리
새벽녘 - 주해리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