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창우(碧昌牛)
벽동과 창성지방의 소, 고집이 세고 우둔한 사람
[푸를 벽(石/9) 창성할 창(日/4) 소 우(牛/0)]
조금도 융통성이 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
所信(소신)이 있다고 칭찬하는 사람보다는
固執不通(고집불통)이라고 대부분 돌아선다.
고집도 종류가 많아
생고집, 땅고집, 왕고집, 옹고집, 외고집 등이 있고,
목을 굽힐 줄 모른다 하여 목곧이란 말도 있다.
‘바보와 죽은 사람만이 결코 자기의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집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우리 속담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집이 세어 융통성이 없으면 ‘꼿꼿하기는 서서 똥 누겠다’며
조금도 굽히지 않는 사람을 비웃었다.
‘항우는 고집으로 망하고 조조는 꾀로 망한다’고 하여
잔꾀 부리는 사람과 함께 고집을 경계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야 마는 사람을 소나 닭에 비유한
‘쇠고집과 닭고집이다’란 속담도 덧붙는다.
새벽을 알리는 부지런한 닭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닭고집이 생겼어도 소와 비교는 안 된다.
묵묵히 인간을 위해 일만 해 온 소가 힘이 셀뿐만 아니라
우직하게 앞만 보고 가니 쇠고집이다
쇠고집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말이 碧昌牛(벽창우)다.
평안북도 압록강변의 水豊湖(수풍호)가 있는 곳이
碧潼(벽동, 潼은 물이름 동)군이고
인접한 昌城(창성)군의 앞 글자만 따서
그 지역의 소를 가리켰다.
생선 明太(명태)가 처음 잡았다는 함경도 明川(명천) 지방의
太(태)씨란 이름에서 유래한 것과 같다.
이 두 지역에서 나는 소들은 대체로 몸집도 크고 힘이 셌다.
또 대부분 말을 잘 안 듣고 제 고집대로 움직였다고 한다.
소가 부리는 사람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가고 멈춰서기도 하는데
남도의 사람들이 이 지역의 소를 탐내어 자기 고장으로 몰고 가려 해도
말을 알아듣지 못해 이런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고집불통의 소를 나타내던 벽창우가 우둔하여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을 지칭하게 됐다.
변형되어 벽창호라고도 하는데 물론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쳐서 막은 부분을 말하는 壁窓戶(벽창호)와 다르지만
벽으로 가로막혔다는 의미는 통한다.
의리와 명분을 앞세워 목이 달아나도 굽히지 않은 선비들을
우리는 많이 우러러왔다.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그런데 처음 좋은 계획이 사정이 바뀌거나
결과가 아주 좋지 않게 나왔을 때도 변명만 앞세우며
조금씩 달리 바꾼다면 쇠고집이 된다.
뜻이 굳은 것이 좋기는 하지만 너무 굳기만 하고
휘어야 할 때 휠 줄을 모르면 부러지는 법이다.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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