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개하(信口開河) -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다.
[믿을 신(亻/7) 입 구(口/0) 열 개(門/4) 물 하(氵/5)]
말을 조심하라는 경구는 동서고금 수없이 많다.
이 난에서도 馮道(풍도)의 ‘舌詩(설시)’에서 딴
口禍之門(구화지문)이나 혀를 놀려서 하는 말은
그 빠른 마차도 미치지 못한다는
駟不及舌(사불급설) 등을 소개했다.
생각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다는
信口開河도 워낙 그런 일이 많아서인지
경계의 말로 종종 쓰인다.
여기서 믿을 信은 신임, 소식이라는 뜻 외에
하는 대로, 내키는 대로라는 뜻이 있다.
開河는 물길을 열 듯 마음대로 지껄이는 것을 말한다.
이 성어는 원래 信口開合(신구개합)이 바른 표기였는데
중국어에서 合과 河를 모두 ‘허’로 읽어 변했다고 한다.
元(원)나라 때의 희곡에서 이 말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잡극 창시자라 하는 關漢卿(관한경)의 ‘魯齋郞(노재랑)’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 쓸데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지 말라
(你休只管信口開合/ 니휴지관신구개합)’라는 대사가 나온다.
( 你는 너 니.)
淸(청) 말기에 王季烈(왕계열)이
편찬한 ‘孤本元明雜劇(고본원명잡극)’의
漁樵閑話(어초한화, 樵는 나무할 초)에는
산속에 사는 야인은 영욕이 없어 마음대로 즐기고
‘단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하고 싶은 대로 방탕하게 산다
(端的是信口開河 隨心放蕩/
단적시신구개하 수심방탕)’고 되어 있다
사실이나 진상을 따져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하거나
남의 말이나 글 등을 무책임하게 비평하는
信口雌黃(신구자황)이라는 말도 있다.
雌黃은 옛날 글을 정정할 때 쓰던 지우개인데
잘못이 드러나면 ‘아니면 말고’식 대처하는 것을 뜻한다.
(雌는 암컷 자.)
말로 살아가는 정치권에서 말로써 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시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말이나
정도가 지나친 막말로 소란한 것을 넘어
정치혐오를 가져오니 탈이다.
국회의원들은 의도적으로 말해
지명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어려운 경제에 주눅 든 일반 국민은
말싸움으로 지새는 정치권으로 더 피곤하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mptiness - Pr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