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izio Veskovo & Andra Vaidilait
(Showcase)
[여자가 남자보다 춤을 훨씬 더 잘 추어야 한다](1) 남자와 여자는
춤을 처음 접하는 이미지가 다르다
얼마 전 한 땅게라(땅고를 추는 여자)가
필자에게 와서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요즘 도저히 춤이 늘지 않아서 재미가 없어요.
동기 남자애들은 지금 보면 실력이 쑥쑥 늘어서
저만치 앞서가는 느낌이 드는데 난 벌써
일년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강습을 받아볼까 하지만 어쩐지 그냥
남자들 연습 상대만 될 것 같아서
돈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좋죠?"
아마도 춤을 시작한지 1년쯤 되는
여성 땅게라들이 갖는 공통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흔히 첫 인상으로 어떤 것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도
첫 인상에서 호감을 가지면 쉽게 친해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 이미지를 바꾸는데
꽤나 시간이 든다.
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인상으로부터 춤 시작했는지가
그 춤의 발전을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와 여자는
춤을 처음 접하는 이미지가 다르다.
남자의 경우 땅고를 시작할 때부터
"리드" 라는 생소한 책임감을 떠안게 된다.
그들에게 땅고는 쉬운 일이 아니라
하나의 모험이자 도전이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여자의 경우보다 많다. 그것을 극복하고
열심히 연습과 더불어 살아남은
소수의 남자들은 춤을 잘 추기 위한
모든 방법과 메소드에 관심을 갖고
인터넷을 뒤지며 동영상을 수집하고
음악을 분석한다.
밀롱가를 한번 가려 해도 큰 맘 먹고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으로 임해야 하고
춤을 청하는 것 조차 어렵다.
반면 여자의 경우 땅고는 아주 쉽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움직여지는 춤이다.
밀롱가에 가면 선배
땅게로(땅고를 추는 남자)들이 춤을 청하여
주기 때문에 별다른 기술 없이도
어느 정도까지 쉽게 춤을 출 수 있고,아무래도
리드하는 법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강습이나 연습은 지루하게 느껴져
소홀하기 쉽다.
동영상에 대한 분석이나 음악에 대한 관심 또한
남성보다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춤을 시작하고 1년쯤 지나면
상반된 입장이 된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연습과 연구에 몰두했던
남자들은 이제 춤의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어
눈에 띄게 발전하는 상승 곡선을 그린다.
선후배 여성 땅게라들에게 인기도 생겨
밀롱가에서 쉴 새 없이 춤을 춘다.
그에 반하여 여자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실력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남성 동기 땅게로들은
고수 땅게라나 예쁜 후배 기수들과의
춤추는것을 더 좋아하게 되고
자연히 동기 땅게라와 춤 추는 것이
재미가 없어진다.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여성 땅게라는
그 후 한동안 열심히 강습과 연습에
임하는 듯 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포기한 듯 보였다.
"안하던 연습을 갑자기 하려니 귀찮고 힘들고..
그냥 그저 그런 실력이어도
이대로 편하게 춤 출래요."너무도 안타까웠다.
처음부터 연습과 노력을 병행하는 이미지로
땅고를 접했다면 이렇게 희망을 접고
안주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터인데 싶었다
[한경아(화이)교수의 칼럼 중에서]
# 땅게로(Tanguero) :
아르헨티나 땅고(탱고)를 추는 남자.
# 땅게라(Tunguera) :
아르헨티나 땅고(탱고)를 추는 여자
# 밀롱가(Milonga) : 땅고를 추기위한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