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바람의 말 / 마종기 [Cancion Triste / Jesse Cook]

담하(淡霞) 2019. 7. 31. 21:23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Cancion Triste / Jesse Cook ~~~~~~~~~~ 거의 20년 전에 내가 받은 한 통의 편지를 여기에 참고삼아 소개해본다 편지를 주신 분은 예순 살 정도이셨던 것 같다 깨끗하고 잘 쓴 글씨의 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 분은 1년 전 사랑하고 존경하던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남편의 긴 투병 중 점점 쇠약해가던 말기의 어느 하루 옆에서 간호하던 자기에게 남편이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언제 한번 시간이 날 때 읽어보라고 했다 그때는 정신도 없고, 환자와 함께 자신도 피곤하고 침울해져 있던 때라 그러마고 말만 하고 잊고 지냈다 그 얼마 후 남편이 죽고 장례를 치르고 남편의 유품과 병실에 남아 있던 물건을 태우고 정리하던 중에 갑자기 남편이 죽기 전에 자기에게 전해준 그 종이가 나왔다 그 종이에는 남편이 직접 쓴 시 한편이 적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시가 바로 내가 쓴 시였다는 내용이었다 - 시인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