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올빼미형 인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동창이 밝았고 노고지리 우짓는데도 소치는 아이가
아직 일어 나지 않았다면 분 명 재넘어 긴밭을 가는 데에는
문제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무턱대고 이른바 아침형 인간을 칭송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2009년 4.24일자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 되었다.
벨기에 과학자들은 평소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사람들과
오전 11시에 일어나는 사람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잠을 자고싶어하는 욕구의 증가가 집중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잠에서 깨어난지 각각 9시간 후인
오후 2시경에 아침형 인간의 집중력이
저녁 8~9시경 올빼미형 인간 집중력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해가 떨어지면 밭일을 하기 어려웠던 농경사회에서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웠겠지만 ,
에디슨 이후의 시대에는 오히려 늦은 밤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것이 훨씬 더 유리할지 도 모른다.
지구에 사는 동물들은 상당수는 대체로 24시간 주기로 하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깊은 지하벙크에서 측정한 인간의 생체시계는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에 더 가깝게 맞추어져 있다.
"자전 주기만 놓고 보면 23시간 56분의 지구보다
25시간 37분의 화성에 사는 게 훨씬 적합해 보인다"
우리중에는 드물게나마 28~33시간 심지어는
48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생체시계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생물학 분야인
시간 생물학(Chronobiology)에 따르면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주기리듬을 지니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과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일찌감치 자유출근제를 채택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우리 기업들도 이를 이미 시작했거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행동생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