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자부(知足者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넉넉하다.
[알 지(矢/3) 발 족(足/0) 아닐 불(一/3) 놈 자(耂/5) 부자 부(宀/9)]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켜 만족함을 아는 것이
安分知足(안분지족)이다.
남을 위하여 태어난 성인도 드문 만큼 만족을 아는 사람은
웬만한 수양을 하지 않고선 더 귀하다.
예로부터 만족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말한 선현이나
금언이 많은 것도 그만큼 어려워서일 것이다.
깨우치는 내용도 동서양의 철인들이 하나같이 비슷비슷하다.
‘행복은 만족하는 인간에게 속한다’,
‘자기의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자는,
바라던 것을 얻게 되어도
역시 만족하지 못한다’ 등이 서양이라 하면,
동양에선 유독 道敎(도교)의 창시자인 老子(노자)가
만족에 관한 말을 많이 남겨 압도적이다.
만족을 아는 사람이 바로 부자라는 노자의 이 성어가
같은 의미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말기 상하 두 편
모두 81장의 ‘道德經(도덕경)’을 남긴 노자는
자연법칙에 따르고 인위적인 것을 배격하는
無爲自然(무위자연)을 주창했다.
간단한 운문체로 심오한 의미를 함축한 것이 특징인데
33편 辦德(판덕)장에 마음의 부자 이야기가 나온다.
부분을 먼저 보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넉넉하고,
힘써 행하는 자는 뜻이 있는 사람이다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스스로 도를 지켜 욕망에 끌려가지 않으면 불만이 없고,
뜻을 세워 근면역행하면 마침내 뜻을 이루게 된다는 당연한 얘기다.
이 말의 앞부분부터 좋은 말이 등장한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지인자지 자지자명)’.
남을 안다는 것은 약간의 지혜로도 파악할 수 있는데
자신을 능히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혜 이상의 사물을 똑똑히 살필 수 있는
明察力(명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란다.
이어지는 것이 유명한 自勝者强(자승자강),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더욱 강한 사람이란 성어다.
앞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되지 아니한다는
知足不辱(지족불욕)은 44장 立戒(입계)장에 나온다고 소개했다.
46장의 儉欲(검욕)장에는 만족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없다고 禍莫大於不知足(화막대어부지족)이라 했다.
이처럼 知足(지족)을 강조한 노자의 가르침은
‘明心寶鑑(명심보감)’의 安分(안분)편에 다수 실려 이어 받는다.
‘만족함을 알면 즐거울 것이요, 탐하기를 힘쓰면 곧 근심이 된다
(知足可樂 務貪則憂/ 지족가락 무탐즉우)’,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빈천도 또한 즐거울 것이요,
만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귀해도 역시 근심한다
(知足者 貧賤亦樂 不知足者 富貴亦憂/
지족자 빈천역락 부지족자 부귀역우)’.
욕심이 더 큰 욕심을 낳는 일반 사람에겐 이런 말이 들어오지 않지만
그래도 서양격언을 보탠다.
‘만족이 바로 행복이다(Contentment is happiness).’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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