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금부도(眞金不鍍)
진짜 금은 도금을 하지 않는다,
재주 있는 사람은 꾸미지 않아도 드러난다.
[참 진(目/5) 쇠 금(金/0) 아닐 불, 부(一/3) 도금할 도(金/9)]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이 아니다’라는
유명 서양격언이 있다.
이솝(Aesop) 우화에서 처음 소개돼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작품에 나온 후
널리 알려진 말이라 한다.
속으로는 보잘 것 없는데도 화려한 겉모습만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속이 알차게 들어 있을 때는
드러나는 모습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아무리 자신을 숨기려 해도
주위에서 먼저 알아본다.
그것이 바로 주머니 속의 송곳이 삐져나오는
錐處囊中(추처낭중)이요,
벼이삭의 뾰족한 부분이 튀어나오는 脫穎而出(탈영이출)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진짜 금인 순금(眞金)은
금을 입힐 필요가 없다(不鍍)는 말도 멋지다.
이 성어는 중국 唐(당)나라의 문학가
李紳(이신, 772~846)의 시구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시 유명시인 白居易(백거이),
元稹(원진, 稹은 빽빽할 진) 등과 친교를 가지면서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新樂府(신악부) 운동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이신 시인이라면 粒粒辛苦(입립신고)란 말을 떠올릴 만큼
널리 알려진 憫農(민농)이 대표작이다.
곡식 낟알마다 농민의 고생이 어려 있다는 뜻으로
알기 쉬운 언어로써 당시 농민착취와 여기에 따른
민초들의 빈곤하고 고통스런 심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인구에 회자됐다.
그의 많지 않은 작품 중에서 ‘答章孝標(답장효표)’란 시에
진금과 도금이 등장한다.
‘가짜 금은 도금하여 진짜 금인 체하며 쓰임을 바라지만
(假金方用真金鍍/ 가금방용진금도),
진짜 금이라면 이와 같이 금을 입힐 필요가 없다네
(若是真金不鍍金/ 약시진금부도금).
십년 장안생활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十載長安得一第/ 십재장안득일제),
아무리 배고파도 고고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네
(何須空腹用高心/ 하수공복용고심).
진정한 재주가 있는 사람은 겉으로 꾸밀 필요가 없고,
가짜로 진짜를 대체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불경에 나온다는 참된 빛은 반짝이지 않는다는 眞光不輝(진광불휘),
참된 물은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眞水無香(진수무향)과 통한다고 할까.
요즘은 자신을 널리 알려야 하는 자기 피아르(PR)시대라 한다.
그렇더라도 피할 것은 피해야 하는데
없는 재주도 있는 척 해서는 언젠가 들통 나고 역효과난다.
덜 익었으면서 과대포장하는 일이
정치권 같은 지도층에서 너무 잦다.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과 반대로 간다.
할 수 없으면서도 한다, 줄 수 없으면서도 준다 등등 큰소리다.
빛이 밝지만 번쩍거리지 않는다고 光而不耀(광이불요)라 했다.
실제 능력 있는 사람은 알음알음으로 드러난다.
재주는 숨기려 해도 어렵다는 難得糊塗(난득호도)라는 말도 있다.
[ 안병화 :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인생의 회전목마 (현악4중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