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교지(富之敎之)
잘 살게 하고 가르쳐야 한다,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우선
[부자 부(宀/9) 갈 지(丿/3) 가르칠 교(攵/7) 갈 지(丿/3)]
교육은 중요하다. 국가의 기초는 소년을 교육하는 데 있고,
나라의 운명은 청년의 교육에 달려 있다고 철인들은 가르친다.
교육이 국가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교육 없는 국가는
반드시 멸망한다고도 말한다.
이처럼 중요한 교육보다 앞서야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먹고 살 수 있어야 교육이고 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을 孔子(공자)가 강조했으니 의외다.
簞食瓢飮(단사표음, 簞은 소쿠리 단)의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학문을 즐긴 제자 顔淵(안연)을 칭찬하고,
淸貧(청빈)하게 살며 분수를 지키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한 공자니 더욱 그렇다.
넘치지는 않아도 기본적인 衣食住(의식주)는 해결돼야 다음을 바란다.
공자는 백성들에게 의식을 풍족하게 한 연후에(富之)
예절을 알도록 가르치는(敎之) 것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先富後敎(선부후교)의 의미다.
이것은 공자가 올바른 정치방법을 말한 것으로
경제적으로 백성들을 안정시킨 후 인륜을 깨우치는 것을 말한다.
‘論語(논어)’의 子路(자로)편에서 공자가
제자 冉有(염유, 冉은 늘어질 염)와의 대화에서 나온다.
孔門十哲(공문십철)에 들어가는 염유는 冉求(염구)의 자이다.
정사에 밝아 후에 季孫氏(계손씨)의 가신이 됐고
재물을 모으고 세금을 올리는 등 스승의 가르침과 엇나가
서운하게 하기도 한 사람이다.
공자가 천하를 周遊(주유)할 때 衛(위)나라로 들어가면서
수레를 몰던 염유와 한 대화 내용이다.
위나라는 번창했던 나라로 많은 사람이 분주히 오갔다.
공자가 ‘참 많구나(庶矣哉/ 서의재)’ 하자
염유가 인구가 많으면 그 다음 할 일이 무엇인지 여쭈니
‘부유하게 만들어야지(富之/ 부지)’ 한다.
‘이미 부유하면 또 무엇을 더해야 하겠습니까
(既富矣 又何加焉/ 기부의 우하가언)’ 하니 바로 답한다.
‘가르쳐야 한다(教之/ 교지).’
인간의 도리를 알고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교육도 먼저 이들이 잘 살게 한 뒤라야 가능하다는 가르침이다.
초야에 묻혀 유유자적하게 사는 安貧樂道(안빈낙도)의 삶을
최고로 여긴 선인들도 경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명언을 많이 남겼다.
管子(관자)는 ‘의식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안다
(衣食足而知榮辱/ 의식족이지영욕)’고 했고,
맹자는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바른 마음이 없다
(無恒産 無恒心/무항산 무항심)’고 했다.
이처럼 생을 유지하기 위한 부가 있어야 교육이 되는데
오늘날 貧富(빈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사교육도 성행하고
학력도 크게 벌어진다고 한다.
나물 먹고 물마시며 살아도 자식 교육에는 돈이 필요하니
빈부격차 완화는 어디서나 필요하다.
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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