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故事成語)

동문황견(東門黃犬) : 권력과 출세를 좇다 허망한 결과가 오다.

담하(淡霞) 2022. 7. 11. 08:46
동문황견(東門黃犬) 권력과 출세를 좇다 허망한 결과가 오다. [동녘 동(木/4) 문 문(門/0) 누를 황(黃/0) 개 견(犬/0)]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는 세월이 길지 못하다는 것은 미물도 안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 꽃이 열흘 붉을 수 없고, 久坐之鳥帶箭(구좌지조대전)이라 ‘오래 앉으면 새도 살을 맞는다’고 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月滿則虧(월만즉휴)라 했는데 사람은 權不十年(권불십년)을 모르고 말년을 비참하게 맞는다. 권좌에 있을 때 큰 권한을 누리다 사지가 찢어진 商鞅 (상앙, 鞅은 가슴걸이 앙)이나 장터에서 허리가 잘린 李斯(이사)가 누구보다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중국 秦(진)나라의 통일에 기여한 바가 많은 만큼 안타까운데 고향의 성채 동쪽 문(東門)으로 누렁이(黃犬)를 데리고 나가 사냥하려는 꿈을 가졌던 李斯(이사)는 잘못 판단한 결과였다. 李斯(이사)는 法家(법가)의 뛰어난 정치가로 楚(초)나라 출신이었지만 秦始皇(진시황)에 중용되었다. 군현제와 도량형 완비에 큰 공을 세웠고 타국 인재를 배제할 때 諫逐客書(간축객서)를 올려 막았다. 그런데 그에게는 동문인 韓非子(한비자)를 모함하여 옥사시키고, 사상을 탄압한 焚書坑儒(분서갱유)의 주도자란 오명이 따른다. 그보다 씻을 수 없는 것이 간신 趙高(조고)가 진시황이 죽을 때 태자 扶蘇(부소) 대신 胡亥(호해)를 옹립하는 간계를 막지 못하고 나중에 협력했던 일이다.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여 2세 황제에 권한을 쓸 수 있다며 能行督責(능행독책)을 부추긴 것도 말로를 재촉했다. 司馬遷(사마천)은 ‘史記(사기)’의 李斯(이사) 열전에서 조고의 계략으로 삼공의 지위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상세히 다뤘다. 태수로 있던 장남은 조고의 모함으로 죽고 李斯(이사) 자신도 따돌려 2세 황제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 수도 咸陽(함양)의 저자거리에서 허리를 잘라 죽이라는 명을 받고 옥에서 나온 이사는 둘째 아들과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말한다. ‘너와 함께 누렁이를 끌고(復牽黃犬俱出/ 부견황견구출), 고향 상채마을 동문으로 나가 토끼사냥을 하려 했는데 (上蔡東門逐狡兔/ 상채동문축교토)..’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며 탄식했으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은퇴한 뒤 아들과의 사냥 東門逐兔(동문축토)도 이루지 못한 李斯(이사)는 自業自得(자업자득)의 결과였다. 우수한 능력에도 조고의 간계를 막지 못하고, 승상의 자리가 오래 계속될 것으로 오판하여 협력했다가 모함으로 죽음까지 이르니 참으로 어리석다. 부나비처럼 권력을 향하여 몰려드는 요즘의 군상들은 다를까. 재주를 갖춘 사람이면 몰라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높은 사람에게 비위를 맞추며, 그럴듯한 자리를 꿰차면 오래 계속될 것이라 안하무인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권력무상의 이사 최후를 되새기면 좋겠다. 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Moment - Chamras Saewataporn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