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치구(失馬治廐)
말 잃고 마구간 고친다,
실패한 뒤에 대비한다.
[잃을 실(大/2) 말 마(馬/0) 다스릴 치(氵/5) 마구 구(广/11)]
'매사에 불여튼튼'이란 말이 있다.
건강을 잃기 전에 모든 대비를 해야 하는 것처럼
일상사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이상 안전한 것이 없다.
준비가 너무 빠르다고
'시집도 가기 전에 포대기 장만한다'는 말이 있지만
서두르는 것을 경계한 말이지
준비한 것을 나무라는 말은 아니다.
서두르는 사람이 뒤떨어진다는
先掉尾 後知味(선도미 후지미)라는 말도 달리 해석한다.
개가 음식을 먹을 때 꼬리를 흔들고 먹듯이
사전 계획이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를 도둑맞은 뒤에 허물어진 외양간을 고치느라
수선을 떨어봤자 소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잘못된 뒤에는 아무리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속담이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亡牛補牢(망우보뢰)다.
물론 亡羊補牢(망양보뢰)도 같은 의미고
‘旬五志(순오지)’에는 말을 등장시켜
말을 잃고(失馬) 마구간 고친다(治廐)로 나온다
설명한 부분을 보자.
‘굿 뒷날 장구 친다'는 것은 일이 다 끝난 뒤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일컬음이다.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양을 잃어버린 뒤 우리를 손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神祀後鳴缶 言後於事 失馬治廐 言亡羊補圈之類/
신사후명부 언후어사 실마치구 언망양보권지류).
사람이 죽고 난 뒤에는 제아무리 명의가 써준 처방이라도
소용없다는..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잘 대비하라는 말이다.
같은 뜻을 가진 말 중 몇 개만 더 들면
목 마를 뒤에 우물 파는 渴而穿井(갈이천정),
물에 빠진 뒤 배를 부른다는 及溺呼船(급익호선),
전쟁이 일어난 뒤에야 무기를 만든다는
鬪而鑄兵(투이주병) 등이다.
여기에도 달리 볼 점이 있다.
한 번 실패한 일에 다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소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교훈이다.
모든 일에 사전 대비하여 잘못되는 것을 막는 것이 제일이지만,
늦었다고 깨우치는 시점에서 고치면 더 이상의 피해는 없다.
사회 일상사도 그런데 나라 살림살이,
국가의 방위 등 큰일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정책을 시행할 때 부작용이 드러나는데
고칠 생각도 않고 밀고 나간다거나,
작은 시행착오를 보고도
과정상의 작은 잘못이라고 고집을 부리면
돌이킬 수 없는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 안병화 : 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Cancion Triste / Jesse Cook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