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故事成語)

기명위절(其名爲竊) :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이름은 도둑

담하(淡霞) 2022. 7. 11. 07:24
기명위절(其名爲竊) (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이름은 도둑 ) [그 기(八/6) 이름 명(口/3) 하 위(爪/8) 훔칠 절(穴/17)]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쉽게 남을 평가한다. 속은 알찬 사람인데 겉으로 어리석게 보여 함부로 대하다 된통 당한다. 성인은 빛을 감춘다고 하여 드러내는 법이 없다. 일부러 어리석게 보여도 어딘가 티가 난다며 難得糊塗(난득호도)라 했는데 어리석은 자는 눈치도 못 챈다. 반면 인물이 훤하고 말을 청산유수같이 줄줄 늘어놓을 때 모두들 대단한 사람이라 여긴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개차반도 있는 법이라 ‘빛 좋은 개살구’란 속담이 나왔다. 이름만 번지르르한 虛名無實(허명무실)의 羊頭狗肉(양두구육)인 사람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고 속으로 엉망인 사람의 이름(其名)은 도둑(爲竊)이라고 꾸짖는 말까지 있다. 중국의 제자백가 중 道家(도가)를 대표하는 莊周(장주)는 ‘莊子(장자)’에서 창시자인 老子(노자)를 자주 등장시킨다. 자연과 인간의 특징을 무위와 유위로 규정하는 天道(천도)편에 성어가 나온다. 노자와 士成綺(사성기)의 대화에서다. 사성기란 정체는 周(주)나라 현인, 노자의 제자, 가상의 인물 등 구구하다. 사성기가 어느 때 노자를 찾아 와 항의한다. 먼 길을 달려왔는데 곳곳에 채소가 흩어져 물건을 아끼지 않고 음식이 쌓여 있는데도 모으니 어찌 성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고 했다. 노자는 무심한 듯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사성기가 잘못 생각했다며 사과하자 노자는 자신을 소나 말이라 불렀어도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라 말한다. 또 사성기의 풍채는 위압적이고 움직임이 빠르며 사물을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면서 충고할 점을 지적한다. ‘뛰어난 지혜와 재주만 믿고 마음속의 교만을 가장한 것이 드러나는데, 이러한 행위들은 인위적인 것이라 믿을 수 없지 (知巧而覩於泰 凡以爲不信/ 지교이도어태 범이위불신), 변경에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도둑이라 부르지 (邊竟有人焉 其名爲竊/ 변경유인언 기명위절).’ 노자가 자신에게 거들먹대며 잘난체하는 사성기에게 일침을 놓았다. 사성기는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어도 노자의 가르침은 바로 받아들인다. 잘못 생각한 것을 부끄러워하며 노자에게는 기러기처럼 앞서서 날지 않고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雁行避影(안행피영)의 스승으로 대한 것이 사성기다. 온갖 지혜가 가득한 사람이라도 하는 행동이 겉과 다를 때는 表裏不同(표리부동)이다. 이보다 훨씬 더 고약한 것이 내가 하는 행동은 항상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욕하는 ‘내로남불’이다. 근년의 정치계에서 너무나 잦아 我是他非(아시타비)의 새로운 말로 Naeronambul(내로남불)이란 신조어가 세계에 알려졌다. 도적이라 꾸짖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Free As A Bird (새처럼 자유롭게) - Omar Ak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