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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탄생

담하(淡霞) 2024. 6. 12. 00:27

   
거짓말의 탄생

여러분의 첫 거짓말은 언제였나요?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생각보다 일찍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들은 
빠르면 만 2세부터, 늦어도 만 4세부터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이 이 연령대의 아동들을 
실험실에 초대한 후 정답 카드를 맞추면 
큰 상을 주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자 아동들은 실험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정답을 몰래 훔쳐보고도 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순수할 것만 같은 어린 아이들이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한다니 참 난감합니다. 
그렇다면 아동은 나쁜 천성을 타고 나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발달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거짓말은 
대부분의 아동들의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매우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사실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한다는 것은 
잘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제어하는 능력의 
통합적인 발달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성장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 거짓말과 행복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굴뚝으로 들어와 선물을 놓고 가는 
붉은 옷의 인자한 할아버지 덕분인지, 
아이들은 세상 모르고 울다가도 
울음을 뚝 그치곤 합니다. 
맑은 동심이 진실을 깨닫게 되면 
분명 실망을 하고 말 테니 많은 부모들은 
이 마술 같은 신화를 깨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이런 현실적인 거짓말과는 달리,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거짓말들은 
꼭 대가를 치르기 마련입니다. 
양치기 소년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얻지 못하고 
양을 모두 잃어버립니다. 
  
그런가 하면 인류에게 불을 선사했다고 전해지는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불을 훔쳤다는 죄로 바위산에 묶여 
형벌을 받게 됩니다. 

거짓말은 타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필요악인 걸까요? 
거짓말은 비난과 심판을 받아 마땅한 것일까요? 
(동심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도 '악'일까요?)    
  
 # 거짓말의 두 얼굴
 
우리가 좀 더 크면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을 시작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만 7세에서 11세의 아동들에게 
연구자가 그린 형편없는 작품을 보여주면서, 
그림 실력이 좋지 못해서 슬프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른의 기분을 낫게 해주라는 요청을 받자, 
많은 아동들은 잘 그린 그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어린 아동들이 선의의 거짓말의 
영향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타인의 기분을 더 낫게 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심리학자들의 정리에 따르면, 
거짓말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즉, 위의 사례처럼 타인을 위해 말하는
"친사회적"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사회적 관계를 갉아먹는 "반사회적"
거짓말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이 두 거짓말이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시뮬레이션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연구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친사회적 거짓말이 있는 사회는 
완전히 정직한 사회와 비슷한 수준의 
통합적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반면,

반사회적 거짓말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보의 흐름이 작은 그룹들로 파편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선의의 거짓말은 우리를 결속시키고, 
악의적인 거짓말은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습니다.
( '거짓'에도 여러 얼굴이 있습니다.)

# 보다 정직하게 사는 법

거짓말이 없는 사회를 상상하기 힘들 듯이, 
거짓말은 우리 사회를 유지시키는 
일종의 윤활유일지도 모릅니다. 
살다보면 "팩트" 그 자체를 받아 들이기가 
너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또 상대를 안심시키고 때로는 추켜세우기 위해서
 "아부" 는 불가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거짓말들이 부담스러운 
사회생활의 일부로 느껴진 적은 없으신가요? 
  
한 의미심장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기
10주 동안 사소한 거짓말을 포함해서 
일체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참여자들의 긴장감이나 우울감이 낮아졌고,
심지어는 신체적 통증도 이전보다 
완화되었다고 합니다
  
# 거짓의 가면을 벗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당장 오늘부터 정직하게 살기로 마음먹는다고 해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댄 애리얼리에 따르면, 
스스로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거짓말과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이를 합리화하기 쉽고, 
이러한 정당화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일종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릇 정직성은 
정치인들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질인 것 같습니다. 
  
언제, 왜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지   
더욱 잘 관찰하고 이해한다면, 
더 솔직해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마음의 소리’를 
타인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 때, 
보다 성숙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Web 자료)